밥과 반찬을 따로 나누는 충무김밥
충무김밥은 흰밥을 작게 만 김밥에 매콤한 무침과 무김치를 따로 내는 음식이다. 이름의 ‘충무’는 통영 시가지가 충무시로 불리던 때의 지명으로, 도시의 옛 이름이 음식 이름에는 지금도 남아 있다.
배를 타는 사람들이 먹던 음식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으며, 밥과 반찬을 따로 담는 방식은 쉽게 쉬는 것을 막고 나누어 먹기에도 편했다고 한다. 단순한 구성처럼 보여도 항구에서 음식을 팔던 일과 배에서 한 끼를 해결하던 생활이 그 모양을 설명하는 배경이다.
1981년 ‘국풍81’ 행사에 소개된 일은 충무김밥이 전국에 알려지는 계기로 꼽힌다. 지금은 가게마다 무김치의 맛과 무침에 쓰는 재료가 조금씩 다르고, 반찬을 얼마나 맵게 만드는지에도 차이가 있다. 김밥과 반찬을 따로 내는 기본 방식 안에서도 가게별로 맛이 달라진다.
꿀빵, 세탁소 이름이 빵집에 남은 사연
통영 꿀빵은 속을 넣은 반죽을 튀긴 뒤 겉에 달콤한 시럽과 깨를 입힌 간식이다. 전통적인 팥소 외에도 여러 속재료를 넣은 제품이 있으며, 이름에 ‘꿀’이 들어가더라도 가게마다 쓰는 당류와 재료가 달라 모두 벌꿀로 만든 빵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래된 가게인 오미사꿀빵의 이름에는 이웃 가게의 사연이 남아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소개한 창업주 가족의 설명에 따르면 처음에는 빵집 이름이 따로 없어, 사람들이 옆에 있던 오미사세탁소의 이름으로 가게를 불렀다고 한다.
세탁소가 문을 닫은 뒤에도 사람들은 그 이름으로 빵집을 찾았고, 오미사는 결국 꿀빵 가게의 간판으로 남았다. 지금은 음식 이름과 가게 이름이 함께 널리 알려졌지만, 그 시작에는 위치를 설명하려고 옆집 이름을 빌려 부르던 동네 사람들의 말이 있었다.
말린 고구마로 끓이는 빼떼기죽
빼떼기는 고구마를 얇게 썰어 말린 것을 가리키며, 여기에 팥과 콩, 조나 찹쌀 같은 곡물을 넣고 푹 끓인 음식이 빼떼기죽이다. 고구마의 단맛과 곡물의 맛이 섞인 죽으로, 들어가는 곡물과 끓이는 방식은 집과 가게마다 다르다.
말린 고구마를 저장해 두었다가 끓여 먹던 음식은 통영을 비롯한 경남 지역에서 이어져 왔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도록 고구마를 말리는 일과, 저장한 재료에 곡물을 더해 한 끼를 마련하는 일이 한 음식에 함께 들어 있다. 통영만의 유일한 음식이라기보다 이 지역에서 오래 먹으며 여행객에게도 알려진 음식이다.
통영의 대표 먹거리로 회와 해산물이 먼저 떠오르더라도 섬과 바다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늘 바다에서 난 것만 먹었던 것은 아니다. 밭에서 기른 고구마와 콩, 여러 곡물로 끓이는 빼떼기죽은 이 지역 식탁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졸복국, 작은 복어로 끓이는 통영의 국
통영에서 복국 이야기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생선이 졸복이다. 몸집이 작은 이 복어로 끓이는 졸복국에는 무와 미나리, 콩나물 등이 들어가며, 생선과 채소의 맛이 우러난 맑은 국물로 알려져 있다.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맞은편 서호시장 주변에는 복국을 내는 식당들이 모여 있다. 새벽부터 뱃일에 나서는 사람과 시장 상인들이 식사를 하던 시장 곁에서, 졸복국은 시락국과 함께 통영의 국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해장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곳의 국밥과 생선국에는 이른 시간에 한 끼를 해결해야 했던 항구 사람들의 생활도 담겨 있다.
겨울 통영의 굴과 시장
12월 통영의 먹거리에는 굴을 비롯한 겨울 해산물이 있다. 굴 양식이 발달한 이곳에서는 바다에 굴을 매달아 기르고, 수확한 굴의 껍데기를 깐 뒤 시장과 식당으로 옮긴다. 음식으로 나오는 굴 뒤에는 양식 시설에서의 작업과 육지에서 굴을 손질하는 일이 이어져 있다.
같은 굴도 국밥과 죽에 넣거나 전과 찜으로 만들면 서로 다른 음식이 된다. 중앙시장에서는 생선과 패류, 말린 먹거리까지 함께 팔아, 식당의 메뉴로만 접할 때보다 다양한 재료를 볼 수 있다. 바다에서 얻은 것을 그대로 팔기도 하고 손질하거나 말려 두기도 하는 시장의 모습이다.
회로 먹는 재료와 국을 끓이는 재료, 말려 두었다가 쓰는 재료가 한 시장에 모인다. 백석이 통영의 시에 적었던 생선과 젓갈, 집집이 말리던 대구도 이런 항구의 먹거리와 관계가 있다. 시가 쓰인 때와 지금의 시장은 달라졌지만, 바다에서 온 재료를 여러 방식으로 먹는 생활은 계속된다.
서울삼겹살, 고기 곁의 해산물
항남동의 서울삼겹살은 생삼겹살과 대패삼겹살을 주메뉴로 하는 식당이다. 김치와 콩나물, 고사리 같은 반찬을 고기와 함께 불판에 올려 먹는 상차림이 방문기에도 자주 등장하며, 고기를 먹고 난 뒤에는 볶음밥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고기 곁에 해산물을 놓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레드테이블의 메뉴 소개에는 굴을 따로 추가하는 메뉴가 있고, 방문기에는 새우와 관자, 굴을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은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곁들인 해산물의 종류는 방문 시기마다 차이가 있어, 이들을 모두 한꺼번에 내는 고정 상차림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여행의 식탁
이번 여정의 첫날 점심은 배편에 따라 충무김밥 또는 송이복국으로 정할 계획이다. 저녁 식사는 서울삼겹살로 잡았고, 둘째 날에는 봉수골 옛날생각의 팥칼국수와 가까운 부엔의 빵이 일정에 들어 있다.
이 안내서의 음식 이야기는 그 식사 장소들에 더해 통영에서 오래 먹어온 것들을 소개한다. 배에서 먹던 김밥과 옆집 세탁소의 이름을 얻은 꿀빵, 저장한 고구마로 끓이는 죽은 서로 다른 생활에서 나왔다. 같은 도시의 먹거리 안에도 항구와 동네 가게, 밭과 겨울 살림의 사정이 함께 담겨 있다.
이 이야기의 출처